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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21일 묵상

오늘의 말씀

"“여호와는 말의 힘이 세다 하여 기뻐하지 아니하시며 사람의 다리가 억세다 하여 기뻐하지 아니하시고 여호와는 자기를 경외하는 자들과 그의 인자하심을 바라는 자들을 기뻐하시는도다” (시편 147: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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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는 무려 84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바다로 나갔지만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한 산티아고라는 늙은 어부가 나온다. 무대는 쿠바의 작은 어촌이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운이 다한 어부’라 부르고, 일부 젊은 어부들은 그를 비웃는다. 그에게는 자신에게 고기잡이를 배운 마놀린이 있었다. 오래전 아내를 잃고 홀로 지내는 오두막, 거칠고 상처투성이의 손과 낡은 배만이 노인 곁에 남았다. 그는 늙고 가난했지만 그의 두 눈만큼은 여전히 맑고 생기가 있었다. 산티아고에게 고기잡이를 배운 소년 마놀린이 있었지만, 40일 동안 고기를 잡지 못하자 그의 부모는 더 이상 노인의 배를 타지 못하게 했다.

85일째 되던 날 새벽, 마놀린이 마련해준 미끼를 가지고 산티아고는 홀로 먼바다로 나간다. 낚싯줄을 여러 깊이로 내리고 정오 무렵, 깊은 바닷속에 내린 낚싯줄에서 미세한 떨림을 느끼고 어마어마한 크기의 청새치가 걸려들었음을 깨닫는다. 보통 고기잡이라면 어부가 물고기를 끌어올려야 하지만 워낙 거대한 물고기였기에 작은 배와 노인을 끌고 가기 시작한다. 물고기를 끌어올릴 수도, 그렇다고 놓아줄 생각도 없는 산티아고는 사흘 동안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한 채 피투성이가 된 손으로 줄을 붙든다. 경련으로 손가락이 굳어 마음대로 펴지지 않지만 물고기와의 싸움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러면서도 자신과 낚싯줄로 연결된 청새치를 미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존경하며 ‘형제’라고 부른다.

셋째 날, 산티아고는 마침내 거대한 청새치를 제압하는데 성공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는다. 배보다 커서 배 옆에 단단히 묶어둔 청새치의 피냄새를 맡은 상어가 달려들어 살을 뜯어먹는다. 작살로 상어를 죽이지만 상어가 죽으면서 작살과 줄을 가지고 바닷속으로 가라 앉는다. 하지만 피냄새를 맡고 달려드는 또 다른 상어들로 쫓다가 모든 도구를 잃고, 마지막에는 배의 키 손잡이로까지 맞서지만 남은 것은 머리와 뼈, 꼬리뿐이다. 목숨을 걸었던 대가치고는 너무나 허망한 빈손이었다. 산티아고는 스스로가 너무 멀리 나갔다고 자책한다.

산티아고는 거대한 청새치의 뼈를 배 옆에 묶어 두고 무거운 돛대를 어깨에 짊어지고 자신의 오두막을 향해 언덕을 오른다. 너무 지쳐 다섯번이나 주저 앉아 쉬었다가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하여 겨우 집에 도착하여 침대에 엎드린 채 깊은 잠에 빠진다.

산티아고는 물고기와의 싸움에서는 이겼지만, 그 승리의 결과물을 지켜내는 데는 실패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잠들어 있는 조용한 항구, 그 누구도 노인이 홀로 치른 처절한 사투를 알지 못한다. 우리 삶에도 온 힘을 다 쏟아부었지만 정작 아무런 성과도 손에 쥐지 못하는 날이 있다. 가족을 위해 청춘을 바쳤지만 감사의 말은 커녕 서운한 말만 돌아오거나, 오랫동안 마음을 다해 지켜왔던 꿈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남들에게 보여 줄 만한 것이 없는 빈손이 될 때, 우리는 스스로를 쓸모없는 존재라 자책하며 어둠 속으로 숨고 싶어 한다.

그러나 성경은 “하나님은 말의 힘이 세다 하여 기뻐하지 아니하시며 사람의 다리가 억세다 하여 기뻐하지 아니하시고”라고 말씀하신다. 하나님은 세상처럼 일의 성패나 상과, 힘의 우열로 우리를 평가하지 않으신다. 손에 쥔 것을 모두 잃고 스스로를 증명할 능력이 사라진 순간에도, 주님을 바라보는 존재 그 자체를 기뻐하신다.

아침에 산티아고의 오두막을 찾아온 마놀린은 낚싯줄에 쓸리고 베여 심하게 상처 난 노인의 손을 보고 눈물을 흘린다. 산티아고가 ‘얼마나 큰 고기를 잡았는가’를 묻지 않고, 그저 ‘얼마나 아팠을까’를 살펴보는 눈물이다. 소년은 노인을 깨우지 않고 잠에서 깨어나면 마실 수 있도록 따뜻하게 커피를 준비한다. 잠에서 깨어난 산티아고에게 부모가 무엇이라 하든 다시 산티아고의 배에 타겠다고 말한다. 자신은 운이 없다며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리지만 마놀린의 개의치 않으며 산티에게게는 여전히 배울 것이 많다고 한다. 산티아고의 성과와 상관없이 연약해진 스승 곁에 머물러주는 마놀린의 존재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보여주시는 따뜻한 위로의 손길과 닮아 있다.

오랫동안 애를 썼지만 성과가 없었거나, 힘을 잃은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다면 기억하자. 빈 배로 돌아왔다고 빈 인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주님 앞에서는 나를 증명하려고 자랑할 만한 성과를 내놓으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우리를 지으신 하나님은 세상의 성적표로 우리의 가치를 판단하지 않으시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곁을 지키는 마놀린 옆에서 깊은 잠에 빠진 산티아고는 젊은 시절 아프리카 해변에서 보았던 사자들의 꿈을 꾼다. 어마어마하게 큰 청새치를 팔아 부자가 되는 장면도, 사람들에게 영웅으로 칭송받는 장면도 없다. 비록 손에는 상처가 남고 청새치의 살점은 모두 사라졌지만, 꿈속의 사자들은 자유롭게 뛰어논다. 몸은 늙고 상처 입었지만, 삶에 아직 내일이 있다는 듯하다. 우리도 다시 일어설 힘조차 없이 무너질 때가 있지만, 하나님은 그런 우리를 사랑으로 품어 주신다. 오늘 내 손이 비어 있더라도, 그 빈손으로 나를 결코 놓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손을 잡으면 된다. 우리의 소망은 무언가를 지켜 낸 내 능력이 아니라, 끝까지 사랑하시고 손을 놓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사랑의 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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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실천

오늘은 누군가의 가치를 그가 이룬 성과나 결과로 판단하지 않았는지 돌아보겠습니다. 오랫동안 애썼지만 기대한 열매를 얻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성과를 묻기보다 그동안의 수고와 아픔을 먼저 살피겠습니다. 만약 저 자신이 빈손으로 돌아온 듯한 날에는 실패를 감추려 애쓰기보다 하나님의 사랑의 손과 주님의 품을 기억하겠습니다. 그리고 도움이 필요할 때에는 혼자 버티지 않고 정직하게 도움을 구하겠습니다. 오늘 하루 성과보다 존재 자체를 귀히 여기는 사랑을 실천하겠습니다.

오늘의 기도 “세상의 힘과 성과와 관계없이 우리를 품어주시는 하나님, 남들에게 보여 줄 성과가 없다는 이유로 제 자신을 작고 초라하게 여겼던 마음을 회개합니다. 제가 이루어 낸 일보다 제 존재 자체를 사랑하시는 주님의 은혜를 깊이 신뢰하게 하소서. 온 힘을 다해 애썼음에도 손에는 남은 것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날에도, 저를 외면하지 않으시는 주님의 손을 붙들게 하소서. 지친 이웃의 상처를 먼저 살피며 따스한 온기를 건넸던 마놀린의 마음을 제게도 허락하소서. 오늘 제 말과 행동이 누군가에게 정죄가 아닌 깊은 위로가 되게 하시고, 다시 일어설 용기를 주는 도구가 되는 하루가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