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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6일 묵상

오늘의 말씀

"“주께서 나의 등불을 켜심이여 여호와 내 하나님이 내 흑암을 밝히시리이다” (시편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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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단편 〈깨끗하고 불빛 밝은 곳(일본어역 「清潔で明るい場所」를 읽고 쓴글)〉은 사건 자체는 매우 단순하지만, 인물들의 대화와 침묵을 통해 외로움, 절망, 허무, 그리고 인간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위로를 깊이 있게 드러낸다. 손님이 거의 끊긴 늦은 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한 노인이 밤늦도록 카페를 떠나지 못하고 브렌디를 마시고 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젊은 웨이터가 나이 든 웨이터에게 “저 노인이 왜 자살하려고 했지?”라고 묻는다. 이에 “아무것도 아닌 것 때문에”라는 뜻밖의 대답을 듣는데 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는 표현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단어다. 어떤 특별한 불행이 있어서라기보다, 삶 전체가 텅 비어 버린듯한 허무를 느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노인은 돌아갈 집이 없는 가난한 이가 아니다. 약간 취하기는 했지만 돌아가 집이 있고 재산도 넉넉한 상당히 부유한 사람이다.

하지만 브렌디를 계속 주문하는 노인은 젊은 웨이터에게는 이해가 안 되는 귀찮은 손님이다. 아내가 기다리고 있는 집에 빨리 가고 싶은 그는 브랜디를 한 잔 더 주문하는 노인에게 노골적으로 짜증을 낸다. 반면 나이 든 웨이터는 노인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술 한잔이 아니라, 외로운 밤을 조금 더 견딜 수 있게 해주는 ‘밝은 불빛이 있는 깨끗한 자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비록 들을 수는 없지만 노인은 젊은 웨이터의 냉대한 태도를 눈치재고, 팁을 남긴 뒤 품위를 잃지 않은 채 조용히 카페를 떠난다. 헤밍웨이는 이처럼 절망 속에서도 끝까지 품위를 지키려는 노인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세상에는 깨끗하고, 잘 정돈된 환한장소가 절실한 사람들이 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외로운 고독한 밤, 몸을 누일 수 있는 집은 있지만 마음은 쉬지 못하는 밤이 있다. 힘든 이유를 정확히 설명할 수 없어 그냥 마음이 답답하고, 혼자 있고 싶으면서도 외톨이가 되는 것은 두려운 이상한 밤이다. 모든 것이 멀쩡해 보이지만 세상이 아무 의미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 과연 인간은 무엇으로 그 깊은 밤을 견딜 수 있는가? 그 때 필요한 것이 어둠을 물리쳐 줄 깨끗하고 밝은 장소 하나다.

시편 기자의 “주께서 나의 등불을 켜신다”는 고백은 하나님이 모든 어둠을 단번에 없애신다는 뜻만은 아니다. 때로는 한순간에 어둠을 걷어내 주기도 하시지만, 때로는 희미하지만 꺼지지 않는 빛을 켜서 어둠을 밝혀 주기도 하신다. 문제가 모두 해결되지 않았어도 오늘 하루를 견딜 수 있는 힘을 주시고, 돕는 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을 주신다. 우리의 믿음이 언제나 태양처럼 밝은 확신일 수는 없으며, 어떤 날에는 어둠 속에 켜진 작은 등불 하나처럼 다가온다.

노인의 불면과 고독을 이해하는 나이 든 웨이터도 젊은 웨이터가 집으로 떠난 뒤 카페 문을 닫는다. 그 역시 정확히 설명할 수 없는 허무와 어둠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있다. 그렇기에 나이든 웨이터가 끝까지 지키고 싶어 했던 것은 바로 그런 빛이 있는 밝은 장소였다. 그는 노인의 과거를 바꿔 줄 수도, 그의 절망을 해결해 줄 수도, 그의 마음속 외로움과 공허를 완전히 없애 줄 수도 없다. 그러나 불을 조금 더 오래 켜 두는 일만큼은 할 수 있다. 자리를 치우지 않고, 귀가를 재촉하지 않으며, 조금 더 그 자리에 머물게 배려하는 것이다. 어쩌면 참된 사랑이란 이런 모습인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문제를 단번에 모두 해결해 주지는 못하더라도, 그 사람이 다 지나갈 때까지 작은 불빛을 계속 켜놓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사람의 고통을 바라볼 때, “원인이 무엇인지 아니?”, “생각을 바꿔 봐”, “힘내, 기도하면 다 해결돼”라며 마치 정답인양 너무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캄캄한 밤을 지나고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원인분석이나 설명보다 그가 스스로 일어설 때까지 조용히 기다려주는 사람과 같은 ‘작은 불빛’이다.

하나님은 지친 우리에게 “왜 아직도 여기 있냐”고 “이제껏 이 정도 밖에 못했느냐”고 재촉하거나 꾸짖지 않으신다. 엘리야가 지쳐 쓰러졌을 때 먼저 먹이시고 쉬게 하셨던 것처럼, 지친 영혼이 다시 걸을 힘을 얻을 때까지 곁에서 조용히 돌보신다. 주님의 빛은 가야만 하는 길로 우리를 내몰고 채찍질하는 빛이 아니라, 갈 길이 보이지 않는 어두움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도록 조용히 비추어 주시는 안내의 빛과 같다.

이러한 빛을 경험하여 회복된 이들의 사명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그런 등불이 되는 것이다. 거창한 일이 아니어도 좋다. 외로움에 지친 사람의 말에 귀 기울여 주는 것, 넘어진 사람들을 섣불리 판단하지 않는 것, “조금 더 있어도 괜찮아”라고 위로하는 작은 친절이 누군가에게는 더 없이 따뜻한 작은 빛이 된다.

우리 자신도 빛이 있는 깨끗한 카페에 늦게까지 남아있고 싶어하던 그 노인과 같을 때가 있다. 남부럽지 않은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왠지 가슴 한구석이 텅 비어 있는 것 같은 어두운 날이 있다. 그럴 때 억지로 밝은 척 애쓰지 않아도 된다. 기도할 힘조차 없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저 하나님 앞에 조용히 앉아 있어도 된다. 오늘, 마음이 어둡다면, 하나님은 꾸짖고 재촉하시며 불을 끄고 먼저 돌아가는 분이 아니라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자. 오히려 아무리 깊은 밤일지라도 우리가 다시 힘을 얻고 길을 찾을 때까지 내 곁에 빛으로 남아 계시는 분이다. 그리고는 “얼마든지 더 머물러도 된단다. 내가 등불이 되어 네 곁을 지켜주마”라고 말씀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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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실천

오늘 제 주변에 갑자기 말수가 줄었거나 유난히 지쳐 보이는 사람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그 사람에게 서둘러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그의 곁에 머물며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이렇게 하면 되니 힘내”라는 충고 대신 “내가 네 옆에 있을게”라고 말하겠습니다. 오늘 밤 잠들기 전 시편 18편 28절을 천천히 묵상하며 마음속 깊은 어둠을 숨김없이 하나님께 아뢰겠습니다. 그리고 “주님, 오늘 제가 빛 되신 주님을 바라보게 하소서”라고 기도하며 하루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오늘의 기도 “어둠 속에서도 저의 등불이 되어주시는 하나님,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외로움과 공허가 찾아올 때 저를 홀로 두지 않으심에 감사합니다. 모든 문제가 단번에 해결되지 않더라도 주님이 함께 해주시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오늘을 견딜 수 있게 해 주소서. 지친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거나 성급히 충고하지 않게 하시고, 그가 다시 걸을 힘을 얻을 때까지 곁을 지켜 주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오늘은 마음이 어두운 밤마다 빛 되시는 주님을 바라보게 하시고, 저도 누군가에게 작은 빛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하루가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