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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5일 묵상

오늘의 말씀

"“너희가 오른쪽으로 치우치든지 왼쪽으로 치우치든지 네 뒤에서 말소리가 네 귀에 들려 이르기를 이것이 바른 길이니 너희는 이리로 가라 할 것이며” (이사야 3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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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흰 코끼리 같은 언덕(일본어역 「白い象のような山並み」를 읽고 쓴글〉은 스페인의 한 작은 역에서 바르셀로나행 기차를 기다리는 한 남녀의 짧은 이야기처럼 보인다. 겉보기에는 일상의 소소한 대화 같지만, 그 속에는 임신과 낙태, 사랑의 본질과 관계의 균열, 선택을 둘러싼 차가운 압박이 깊게 깔려 있는 작품이다. 두 사람은 기차역에 앉아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눈다. 주인공인 미국인 남자는 현재의 자유로운 생활을 잃을까 두려워하며, 그 일(낙태수술?)은 아주 간단하고 별것 아니라고 다독인다.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몇 번이고 강조하지만, 같은 말이 거듭해서 반복될수록 여자 주인공 지그는 점차 말을 잃어간다. 건너편 언덕을 보며 “흰 코끼리 같다”고 농담도 하고, 자신의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하던 그녀가, 어느 순간부터 마음 문을 닫아버린 것이다.

사람은 단순히 말할 거리가 없어서 침묵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진심을 말해도 상대가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깊은 침묵에 들어간다. 두려움을 고백해도 상대는 해결책만 늘어놓을 때, 상처를 꺼내놓아도 “그 정도는 괜찮다”며 가볍게 여길 때 서서히 마음 문이 닫힌다. 지그에게 필요했던 것은 수술이 얼마나 간단한지에 대한 논리적 설명이 아니었다. “네가 얼마나 두려운지 잘 알아. 네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내가 네 곁에 있을게”라는 따뜻한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남자는 “네가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며 지그에게 선택권이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생각을 집요하게 강요한다. 그렇기에 겉으로는 자유로운 선택권이 있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전혀 자유롭지가 않다. 사랑을 잃지 않으려고 상대가 원하는 쪽으로 따라 가야 할 것 같은 순간, 우리의 마음은 외로워진다. 상대에게 계속 사랑받고 싶은 마음에 자신의 아픔을 작게 줄이고, “괜찮아”라고 말하며 스스로를 달랠 뿐이다.

결국 지그는 자신이 괜찮다고 말하지만, 정말 괜찮아서가 아니다. 더 이상 설득하고 설명할 기력이 없고, 더 말하면 눈물이 날 것 같아서 “괜찮아”라는 말 뒤에 마음을 숨긴 것이다. 우리 역시 얼마나 자주 “괜찮아”, “별일 아니야”, “신경 쓰지 않아도 되”, “내가 알아서 할게”와 같은 말로 마음을 감추곤하는가.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의 겉으로 내뱉는 말만 들으시는 분이 아니다. 그 말 뒤에 숨겨진 떨림과 주저함, 웃으며 대답했지만 돌아서서 깊은 한숨속에 혼자 울었던 밤도 다 아신다. 선택 앞에서 아무에게도 설명하지 못하고 혼자 감당해야 했던 무게와, 버림받을까 두려워 차마 말하지 못했던 진심까지 하나님은 알고 계신다.

이사야는 우리가 길을 잃고 흔들릴 때, 하나님께서 뒤에서 “이것이 바른 길이니 너는 이리로 가라”고 말씀하신다고 전한다. 하나님께서 단지 바른 길을 알고 계신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그 분이 바로 우리 ‘뒤’에 계신다는 사실은 큰 위로가 된다. 우리가 어느 방향을 바라보고 있든, 어떤 확신도 없이 방황하든, 하나님은 이미 우리 곁에 계신다.

지그가 바라본 기차역 건너편에는 메마른 땅과 대비되는 생명력 넘치는 강과 들판이 있었다. 인생도 그렇다. 마음이 상하면 지금 눈앞의 메마른 상황이 전부인 것처럼 느껴진다. 관계가 깨지면 영영 외로울 것 같고, 한 번의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 인생 전체를 결정할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 때도 하나님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반대편 풍경도 보고 계신다. 오늘의 메마름 너머에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반대편의 강과 나무, 생명의 풍경을 이미 보고 계신다.

그러므로 오늘 “괜찮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괜찮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하나님 앞에서는 억지로 강한 척하지 않아도 된다. “무섭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사실은 많이 아픕니다”라고 있는 그대로 고백해도 된다. 기도는 강한 척하며 하나님께 완성된 문장을 바치는 것이 아니다. 더 이상 괜찮은 척할 수 없는 사람이 하나님 앞에서 진실해지는 자리다. 하나님은 힘들고 아프다며 부르짖는 고백을 결코 꾸짖지 않으신다. 길을 잃은 사람에게 왜 길을 잃었냐고 질책하시기보다 다시 나아갈 길을 보여 주신다. 쓰러진 사람에게 왜 약하냐고 묻기보다 쓰러진 자가 일어설 때까지 곁에 계신다. 또한 말할 힘조차 없을 때 내쉬는 한숨과 침묵 마저도 기도로 받으신다.

어쩌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가장 깊은 위로가 아닐지도 모른다.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것, 아무도 이해해주지 못하는 마음을 하나님은 이미 알고 계심을 믿는 것, 그리고 오늘 당장 결정하지 못해도 내 인생이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것일지 모른다.

우리 역시 지금의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길을 떠나야 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훗날 인생을 돌아보며 내가 가장 외롭다고 느꼈던 그 순간에도 하나님은 나를 혼자 두지 않으셨다는 것을 깨닫게 될것이다. 내가 “괜찮아”라고 말하며 눈물을 감추던 그날에도, 하나님은 내 마음 깊은 곳의 진짜 목소리를 알고 계셨음을 말이다.

그러므로 오늘은 억지로 괜찮아지지 않아도 된다. 다만 하나님 앞에서 진실하면 된다. 우리가 길을 찾기 전에 하나님이 먼저 우리를 찾아오셔서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네 곁에 있다. 이제 나와 함께 이 길을 가자”라고 말씀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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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실천

오늘 하루, “괜찮습니다”라고 습관처럼 말했던 순간을 떠올려 보겠습니다. 그중 실제로는 괜찮지 않았던 일이 있다면 하나님 앞에서만큼은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주님, 사실 저는 이것이 두렵습니다. 이것 때문에 마음이 아픕니다”라고 기도하겠습니다. 또한 누군가가 힘든 이야기를 꺼낸다면 해결책을 서둘러 제시하기보다 “마음이 많이 힘들었겠네요”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겠습니다.

오늘의 기도 “제 마음 깊은 곳까지 아시는 하나님, 사람들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척 말하면서도 혼자 있을 때 무너졌던 순간들을 주님은 모두 알고 계심을 믿습니다. 말로 다 설명하지 못한 두려움과 후회, 외로움까지 다 받아 주시고, 제가 주님 앞에서는 더 이상 강한 척하지 않고 진실하게 하소서.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모를 때 제 곁에서 말씀해 주시고, 이미 잘못 걸어왔다고 느낄 때에도 다시 걸어가야 할 길을 보여 주소서. 또한 상처 입은 사람에게 조급히 답을 주기보다 그들의 침묵 곁에 머물며 사정을 들어주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오늘도 저를 혼자 두지 않으시는 주님의 손을 꼭 잡고 앞으로 걸어가는 하루가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