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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2026년 9월 15일 묵상

오늘의 말씀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 (고린도전서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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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펄 벅은 어머니의 전기 『The Exile』을 출판한 해에, 아버지 압살롬 사이든스트리커의 생애를 다룬 『Fighting Angel(일본어역 戦う天使를 읽고 쓴 글)』도 발표했다. '싸우는 천사'라는 제목처럼 그녀의 아버지는 평생을 자신의 사명을 위해 치열하게 씨름하며 살아간 인물이었다. 그에게 중국 선교는 여러 선택지 중 하나가 아닌, 타협할 수 없는 하나님이 맡기신 절대적인 소명이었다. 그는 수많은 위험과 난관 앞에서도 결코 물러섬 없이 농촌 마을을 누비며 복음을 전하고 성경을 보급했다. 편안한 삶이나 세상의 안락함을 뒤로하고 사명의 길을 끝까지 걸어간 그의 헌신과 용기는 가슴 깊은 울림을 준다.

그러나 펄 벅은 아버지를 위인으로 포장하지 않고, 그의 강렬한 사명감 뒤에 감춰진 가족의 외로움과 희생도 함께 조명했다. 아버지가 복음을 위해 장기간 집을 비운 사이, 낯선 중국 땅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가정을 외롭게 지켜낸 것은 어머니 캐럴라인. 어린 자녀들이 병으로 세상을 떠나는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비극을 경험하면서도 다시 선교 현장으로 향하는 아버지. 하나님을 향한 아버지의 충성은 남겨진 가족들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아픔이자 외로움이었다.

이런 상황을 생각하면 “하나님을 향한 열심은 항상 옳은가? 하나님일을 한다는 미명 아래 가까운 이들에게 주는 상처는 정당화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생긴다. 성경은 열심 그 자체를 신앙의 최종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사도 바울은 자신의 모든 재산을 가난한 자에게 나누어 주고 심지어 자기 몸을 내어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 유익이 없다고 단언했다. 하나님은 우리가 어떤 일을 행하는 동안, 그 일을 하는 과정에서 사람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바라보신다. 하나님을 위해 얼마나 순종했는지는 물론, 자신의 가족을 어떻게 사랑했는지도 함께 물으신다.

압살롬의 삶은 분명 헌신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열심으로 인해 무심코 놓치기 쉬운 가치를 되돌아보게도 한다. 사랑이 결여된 열심은 사람을 지치게 만들고, 사랑이 빠진 확신은 독단적인 판단으로 이끌며, 사랑이 없는 사명감은 정작 가장 가까운 이들의 눈물을 보지 못하게 만든다. 자신이 옳다는 확신이 너무 강해지면 "하나님을 위한 일이다"라는 명분 뒤에 숨어 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가까운 사람의 아픔마저 외면하기 쉽다.

그렇기에 참된 믿음에는 열심만큼이나 ‘겸손과 사랑’이 요구된다. 성숙한 신앙인은 "혹시 내가 잘못 판단하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옳다고 믿는 행동으로 누군가가 상처를 받고 있지는 않은가", "하나님을 섬긴다는 이유로 정작 내 곁에 맡겨 주신 사람을 소홀히 하고 있지는 않은가"라며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진정한 성숙함은 자신의 강한 확신 마저도 하나님 앞에 겸손히 내려놓는 것에서 시작된다.

또한 압살롬은 가시적인 결실이 없어도 소명의 길을 묵묵히 걸어갔다. 세상은 눈에 보이는 성과와 숫자로 성공을 가늠하지만, 하나님 나라의 일은 열매가 쉬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누군가는 씨를 뿌리고 누군가는 물을 주지만, 그 열매는 훗날에 전혀 다른 이가 거두기도 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결과와 상관없이 충성하는 자세다. 다만 그 충성은 반드시 사랑과 함께 해야 한다. 예수님은 언제나 사람들에게 사랑으로 다가가셨다. 병든 자를 어루만지시고, 죄인과 식사하시며, 슬퍼하는 이와 함께 울어 주셨다. 참된 사명은 하나님을 향한 뜨거운 열정과 사람을 향한 긍휼과 조건 없는 사랑이 만나는 접점에서 시작된다.

'싸우는 천사'라는 제목처럼 압살롬은 세상의 난관과 싸웠고 진리를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다. 하지만 인간에게 가장 힘겨운 싸움은 어쩌면 자기 자신의 확신을 내려놓는 싸움, 가족의 고통과 아픔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싸움, 일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싸움, 그리고 내가 원하는 방식이 아닌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방식으로 사랑하는 싸움일지 모른다. 가정과 직장, 지역 사회에서 주어진 책임을 성실히 감당하는 것은 귀하다. 그러나 일이 사람보다 우선되고, 성취가 관계를 압도하며, 나의 옳음이 사랑을 가로막는다면 반드시 잠시 멈추어 마음을 살필 필요가 있다.

우리 인생의 마지막 날, 하나님 앞에 내어놓을 것은 우리가 세운 업적이 아니다. “사명의 길을 달려가는 동안 넘어진 이의 손을 얼마나 잡아주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깊이 사랑했는지”이다. 오늘도 하나님은 우리에게 최선을 다해 살라고 당부하시지만, 그에 앞서 "사랑하며 살아라"고 간절하게 말씀하신다. 뜨거운 열심과 변함없는 충성을 완성하는 것은 결국 사랑이다. 지금 내 곁에 주어진 한 사람을 온 마음으로 사랑하는 것, 그것이 바로 하나님이 우리에게 맡기신 가장 숭고한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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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실천

오늘 저의 열심을 핑계로 주변 사람 중 소홀히 한 이가 없는지 깊이 돌아보겠습니다. 옳다고 확신하는 일일수록 주장을 펼치기 전에 먼저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겠습니다. 일이나 사역을 핑계로 가족을 외면하지 않았는지 살펴, 따뜻한 말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겠습니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을지라도 맡겨진 일에 충실하되 사람을 우선 하겠습니다. 열심보다 사랑을 앞세우고 확신보다 겸손을 품어, 모든 일에 사랑을 담아 행동하겠습니다.

오늘의 기도 “하나님, 맡겨진 일을 성실히 감당할 열정을 주시되, 가시적인 결과가 없어도 묵묵히 순종하게 하소서. 제 열심이 배려와 사랑을 앞서지 않게 하시고, 자기 확신에 빠져 타인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게 하소서. 하나님을 섬긴다는 핑계로 가족과 가까운 이를 소홀히 하지 않게 하시고, 내 생각을 겸손히 돌아보며 이웃의 마음을 헤아릴 넉넉함을 주소서. 오늘은 성과보다 충성을, 업적보다 사랑을, 주장보다 긍휼을 품고 한 사람을 귀히 여기며 내 모든 헌신이 사랑 안에서 온전해지는 하루가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