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말씀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마태복음 11장 28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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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같은 하루를 보내도 유난히 더 지치는 사람이 있다. 일하는 시간과 내용, 만나는 사람이 비슷해도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지쳐버리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나는 왜 이렇게 체력이 약할까”, “다른 사람들은 잘하는데 왜 나는 이것밖에 못할까”, “내가 너무 예민한 것은 아닐까”라고 자신을 탓하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에서는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이는 정도나 처리하는 양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HSP(Highly Sensitive Person), 즉 감각처리민감성이 높은 사람은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는 작은 변화까지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평소와 조금 다르다는 것이나 분위기가 바뀐 것과 물건의 위치가 달라진 것을 쉽게 알아차린다.
그리고 알아차리는 데서 끝나지 않고 “저 사람의 표정이 달라진 이유가 무얼까? 혹시 내가 한 말 때문은 아닌지, 그렇다면 내가 조금 더 배려했어야 했나”와 같은 생각을 끊임없이 하며, “다음에 이런 상황이 생긴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깊이 생각한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도 이런 사람이 마음으로 처리한 정보의 양은 훨씬 많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는 “특별히 힘든 일을 한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지치지?”라는 생각을 자주 하는 것이다.
실제로 힘든 일을 하지 않았을까? 아니다.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을 했다.
주변 사람들이 미처 보지 못한 것을 보고 듣고 느끼며 깊이 생각하였고 심지어는 다른 사람의 감정까지 신경을 썼다.
지친 것은 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예민함의 증거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생각과 배려와 같이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는 데에는 더 많은 에너지라는 대가가 필요하다.
행동이 빠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충분히 생각한 뒤 움직이는 사람이 있다. 분주함을 통해 힘을 얻는 사람도 있지만, 어떤 사람은 조용함 속에서 힘을 얻는다. 또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이 쉽게 지나치는 작은 부분도 잘 살핀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과 똑같아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질을 좋은 방향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주변이 알아채지 못하는 누군가의 아픔이나 외로움을 알아차리는 눈과 마음은 귀한 보배다. 주변이 의미를 두지 않고 지나친 말 한마디를 마음에 품고 의미를 발견하는 능력도 귀하다. 자연을 대하며 다른 사람들보다 더 깊은 감동을 받는 마음은 마치 내게만 주어진 선물과 같은 것이다. 하지만 이 선물이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사람의 마음을 잘 살피는 사람은 쉽게 지치고, 분위기에 민감한 사람은 갈등이 있는 공간에서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상황이 끝나도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그 일을 처리하고 있다.
민감한 사람에게는 “알아차린 모든 것을 내가 책임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기준이 절대로 필요하다. 누군가의 기분이나 얼굴이 어두운 것을 알아챘어도 내가 그것을 해결해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의 필요가 무엇인지를 알아차렸다고 내가 모두 들어주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예민한 사람은 주변에는 매우 민감하지만 정작 자신에는 둔감할 때가 있다. 상대방이 힘들어하는 것은 금세 알아차리지만 자신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은 깨닫지 못한다. 그래서 계속 참고, 한 번 더 들어주며, 한 가지 일을 더 맡아 나도 모르게 지친 나머지 결국에는 아주 사소한 일로 무너지기도 한다. “나는 왜 이런 일에 화를 낼까?” 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 졌다. 다른 사람들 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생각하며 참았기에 마음의 그릇이 이미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예수님은 이런 사람들에게 “조금 더 참아라”하지 않으시고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고 말씀하신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마음에 담고 사는지 모를 수 있다.
겉으로 웃고 있으니 괜찮은 줄 알고, 부탁을 잘 들어주니 힘들지 않은 줄 알며, 묵묵히 맡은 일을 감당하니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하나님은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마음의 수고까지 아신다. 그래서 내가 왜 지쳤는지 나 자신도 설명하지 못할 때 하나님은 이미 알고 계시기에 쉼을 얻으라고 말씀하신다.
혼자의 시간은 이기심이 아니라 회복을 위한 시간이 된다. 사람들의 모든 부탁을 감당하지 않는다고 사랑이 없거나 나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필요이상의 짐까지 짊어지는 것은 사랑이라기보다 나의 한계를 인정하지 못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쉼은 사명을 버리는 것이 아닌, 더 사랑하기 위해 자신을 채우며 돌보는 시간이다. 예민함도 없애야 할 결함이라고만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다. 다만 그 예민함이 두려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상대방의 분위기와 상황을 알아차리는 것과 그것을 모두 내가 처리할 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다르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공감하는 것과 그 사람의 모든 문제를 내가 책임지는 것도 다르다. 깊이 생각하는 것과 걱정을 반복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모든 것을 감당하라고 하지 않으시고, 오늘 감당해야 할 몫을 충실히 감당하도록 부르신다.
오늘 유난히 피곤하다면 “너무 많이 마음에 담은 것은 무엇인가? 누군가의 감정에 대해 내가 책임지려 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나님께 맡겨야 할 것을 아직도 내가 붙잡고 있지는 않은가?”를 반드시 물어야 한다.
우리는 내려놓을 줄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예민하여 더 많은 것을 느껴도 모든 것에 반응하지 않고, 사랑한다는 이유로 모든 사람의 짐을 대신 지려 하지 않으며, 내 한계를 인정하면서 하나님께 맡기는 것이다.
지쳤다는 것은 어쩌면 이제는 잠시 멈추고 쉬어야 한다는 긴급 신호일 수 있다.
“다 내게로 오라”고 말씀하시는 분은 지친 사람을 책망하거나 더 열심히 하라고 재촉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쉼과 채움을 얻게 하기 위해서 부르신다.
오늘의 실천
피곤의 이유를 무조건 체력이나 의지가 부족해서라고 판단하지 않고, 하루 동안 무엇을 보고, 듣고, 생각하고, 마음에 담았는지를 돌아보겠습니다. 다른 사람의 표정과 감정이 읽어지더라도 그것을 제가 감당할 책임으로 받아들이지 않겠습니다. 필요한 부탁에는 기꺼이 응하되, 제 힘을 넘어서는 일에는 정중하게 거절하겠습니다. 지쳤을 때에 죄책감속에서 버티기보다 잠시 쉬며 마음을 정돈하겠습니다. 저의 예민함을 약점으로 여기지 않고, 누군가를 이해하고 위로하며 사랑하는 데 선하게 사용하겠습니다.
오늘의 기도 “하나님, 나의 예민함을 탓하며 스스로를 책망했던 마음을 불쌍히 여겨주소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을 혼자 책임지려 하지 않게 하시고, 제가 감당해야 할 몫과 하나님께 맡겨야 할 몫을 분별하게 하소서. 다른 사람의 아픔을 알고 공감하는 마음은 잃지 않되, 그 사람의 모든 짐까지 제가 대신 지려고 하지 않게 하소서. 지쳤을 때에 제 한계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잠시 쉬게 하시며, 그 쉼을 통해 다시 사랑하고 섬길 힘을 얻게 하소서. 제게 주신 예민함이 걱정과 두려움의 통로가 아닌, 주변 사람들을 이해하고 위로하며 아름다운 것을 발견하는 은혜의 통로가 되게 하소서. 오늘도 ‘내게로 오라’고 부르시는 주님의 음성을 듣고, 제 무거운 마음을 주님께 내려놓는 하루가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