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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12일 묵상

오늘의 말씀

"여인이 어찌 그 젖 먹는 자식을 잊겠으며 자기 태에서 난 아들을 긍휼히 여기지 않겠느냐 그들은 혹시 잊을지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아니할 것이라 내가 너를 내 손바닥에 새겼고 너의 성벽이 항상 내 앞에 있나니"

이사야 49:15-16

오늘의 묵상

앙리 베르그송은 『물질과 기억』 제3장「이미지들의 존속에 대하여」에서 과거는 결코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가 지금 의식하지 못한다고 해서 과거가 소멸한 것은 아니다. 과거의 모든 순간은 영혼의 깊은 곳에 '순수 기억'의 형태로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으며, 현재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 표면 위로 올라와 영향을 끼친다. 베르그송에게 현재란 몸(신체)이 선택하고 반응하는 '행동의 자리'이지만, 이 현재는 과거와 단절된 공간이 아니다. 지금 내가 마주한 나의 의식 안에는 과거의 기쁨과 슬픔, 은혜와 상처, 만남과 헤어짐, 성공과 실패의 모든 시간이 압축되어 흐르고 있다. 따라서 인간의 하루는 24시간의 하루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긴 시간의 '지속' 그 자체다.

이러한 시간의 지속성은 우리로 하여금 타인과 자신을 향해 조심성과 긍휼을 품게 만든다. 우리는 눈앞에 보이는 타인의 현재 모습만으로 너무 쉽게 그 사람 전체를 단정 짓는다. 그러나 칼날 같은 말투 속에는 그 사람의 오랜 상처의 역사가 숨어 있고, 무거운 침묵 속에는 차마 말하지 못한 과거의 날들이 들어 있으며, 왈칵 쏟아지는 눈물 속에는 홀로 견뎌온 고통의 긴 시간이 담겨 있다. 우리 자신을 바라볼 때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연약함과 반복되는 실패만을 보며 스스로를 쉽게 정죄하지만, 내 안에는 오래된 두려움의 흔적뿐만 아니라 나를 여기까지 버티게 한 은혜의 기억도 나이테처럼 겹겹이 새겨져 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는 섣부른 판단보다 존재를 깊이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나 자신에 대해 다 기억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이사야서의 말씀은 매우 위로가 된다. 세월은 많은 것을 흐리고 뿌옇게 만들고 인간은 은혜의 순간조차 쉽게 망각하지만, 하나님은 "나는 너를 잊지 아니할 것이라"고 선언하신다. 숨어서 했기에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던 수고, 오해 속에서도 말없이 삼켜야 했던 눈물, 고민과 갈등으로 외롭게 밤을 지새우던 아픔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을지라도 하나님의 긍휼 안에서는 결코 헛되이 사라지지 않는다. 주님은 우리의 무너진 삶의 자리를 "너의 성벽이 항상 내 앞에 있다"라며 눈을 떼지 않으시고, 우리의 모든 시간의 연대기를 하나님의 손바닥 위에 지워지지 않는 사랑의 흔적으로 선명히 새겨두셨다.

베르그송은 무의식에 그대로 남아있던 과거의 기억이 현재로 내려와 다음 행동을 준비하고 빚어낸다고 보았다. 신앙의 자리에서도 은혜의 기억은 단순한 과거의 트로피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갈 힘찬 동력이다. 고난을 겪을 때 상처와 실패의 장면만 반복해서 떠올리는 슬픈 마음에 하나님은 다른 기억을 초대하기를 원하신다. 하나님은 우리의 과거를 하나하나 끄집어내어 그 시간을 완전히 새롭게 해석하게 하신다. 상처로 가득했던 날들은 누군가를 품는 따뜻한 긍휼의 통로가 되고, 실패의 기억은 겸손을 배우는 은혜의 자리가 되며, 긴 기다림의 밤은 흔들리지 않는 믿음의 깊은 뿌리로 거듭난다.

오늘도 우리 마음의 표면에는 후회와 부끄러움, 실패와 상처의 아픈 기억들이 밀물처럼 밀려와 하루의 마지막 해석자가 되려고 제일 앞자리를 차지하려 한다. 그러나 그 어두운 이미지들이 우리 영혼의 최종 결정권을 갖게 내버려 두어서는 절대 안된다. 우리가 스스로조차 잊어버렸던 작은 선한 갈망, 다시 시작하고 싶은 연약한 불씨를 상한 갈대를 꺾지 않으시는 주님은 소중히 여기시고 보존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포기하고 싶을 때조차 나를 손바닥에 새기시고 잊지 않으시는 하나님을 의지할 때, 아픈 과거는 우리를 묶는 사슬이 아니라 은혜를 증거하는 통로가 될 것이다. 그 기억을 마음에 담을 때, 우리 어깨를 무겁게 하던 오늘은 소망이라는 새로운 걸음으로 이어지게 된다.

오늘의 실천

하나님, 제가 지나온 삶의 자리들을 그저 상처와 실패의 기억으로만 바라보며 낙심하지 않게 하소서. 내 안에 여전히 남아 있는 아픈 기억들이 오늘의 나를 옭아매는 사슬이 아니라, 하나님의 신실하신 긍휼을 더 깊이 알아가는 통로가 되게 하소서. 세상 사람들은 잊을지라도, 심지어 저 자신조차 망각했을지라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저의 수고와 말없이 참아낸 눈물의 시간까지 주님의 손바닥에 새겨 기억하신다는 사실에 위로를 얻습니다. 저를 무너뜨리려는 후회의 생각보다 독생자를 주시어 저를 구원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더 적극적으로 소환하게 하시고, 상한 마음과 꺼져가는 작은 불씨까지도 소중히 눈여겨보시는 주님의 자비 안에 머물게 하소서. 오늘 마주하는 현실을 두려움이 아닌 은혜의 빛으로 다시 식별하며, 나를 결코 잊지 않으시는 주님의 손을 잡고 소망의 한 걸음을 내딛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