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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3일 묵상

오늘의 말씀

"“의논이 없으면 경영이 무너지고 지략이 많으면 경영이 성립하느니라.” (잠언 15:22)"

오늘의 묵상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과 그것이 사람들 사이에 온전히 뿌리내리게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다. 아이디어는 순식간에 머릿속에서 떠오를 수 있지만, 그것이 여럿의 이해와 협력을 얻어 실제 삶의 변화로 열매 맺기까지는 숙성의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올바른 대안이라도 사전 설득 없이 밀어붙이면 사람들은 제안의 내용보다 먼저 '내가 무시당했다'고 반응한다. 반대로 모든 사람의 완벽한 동의를 얻을 때까지 기다리기만 한다면 꼭 필요한 변화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만다. 일본의 조직문화를 설명할 때 핵심적으로 등장하는 세 가지 키워드가 있다. 바로 사전 조율을 뜻하는 ‘네마와시(根回し)’, 공식 승인 절차인 ‘린기(稟議)’, 그리고 지속적인 보완을 의미하는 ‘카이젠(改善)’이다. 이 세 단어는 하나의 아이디어가 조직 안에서 어떻게 시작하고, 결정되며, 정착해 나가는지의 선순환 과정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네마와시는 결정하기 전에 사람의 마음을 먼저 살피는 경청과 조율의 과정이고, 린기는 한 사람의 아이디어를 조직 전체의 공식 결정과 책임으로 바꾸는 문서화 절차이다. 카이젠은 결정을 완성형이 아닌, 현장의 추이를 살피며 계속 고쳐나가는 태도를 가리킨다. 이 세 가지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충분히 듣고, 함께 책임지며, 결과를 살펴보며 더 좋게 다시 고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네마와시’는 본래 임업 용어로 큰 나무를 이식하기 전에 수행하는 작업에서 유래했다. 무성한 나무를 다른 땅에 이식할 경우, 갑자기 뿌리째 뽑아 다른 곳에 심으면 잔뿌리가 손상되어 살아남기가 힘들다. 그것을 해결하고자 이식하기 몇 달 전부터 큰 뿌리의 일부를 잘라내어 잘린 자리에 새로운 잔뿌리가 내리도록 돕는다. 나무를 옮겨 심는 것은 하루 만에 일어나지만, 사실은 그 하루를 위해 오래전부터 적응을 위한 사전 준비가 진행되는 것이다. 이 개념이 조직에서의 네마와시로 나타나면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이해관계자들을 미리 찾아가 설명을 하고 의견을 듣는 조율 작업을 뜻하게 된다. 공식 회의가 열리기 전 담당자를 찾아가 우려 사항을 묻고, 반대하는 이가 있다면 그 이유에 귀를 기울이며 미처 생각하지 못한 빈틈을 보완한다. 이것은 회의장에서 상대를 말로 제압하기 위한 준비가 아니라, 회의가 열리기 전에 서로의 생각이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미리 만드는 것이다. 일본의 기업 회의에서는 어떤 안건이 별다른 논쟁 없이 일사천리로 통과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겉으로 보면 참석자들이 의견이나 비판 없이 동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공식 회의가 열리기 전에 이미 수차례의 질의응답과 수정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공식 회의는 갈등의 장이 아니라 최종 확인의 자리가 되는 셈이다. 건강한 네마와시는 겸손하게 경청하는 과정이다.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한 정보를 일부러 드러내며, 상대방이 감당해야 할 부담을 함께 줄여 나가는 지혜를 담고 있다. 결국 이는 쉬운 결정을 위한 단순한 정략적 기술이 아니라, 그 결정으로 인해 상처받거나 피해를 볼 수 있는 약자와 현장의 사람들을 미리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네마와시에도 명백한 그늘이 존재한다. 결론을 미리 정해 두고 영향력 있는 몇몇 사람만 찾아다니며 동의를 구한다면, 그것은 경청이 아니라 사전 포섭에 불과하다. 이 경우 공식 회의는 정해진 결론에 박수만 치는 형식적인 의식으로 전락하고 만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네마와시를 했느냐가 아니라 과연 누구의 목소리가 포함되어 있는가이다. 결정권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결정으로 인해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약자와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네마와시를 거쳐 생각이 다듬어지면, 일본 조직에서는 이를 ‘린기(稟議)’라는 공식 승인 절차로 옮긴다. 제안자가 안건을 문서로 작성한 ‘린기쇼(稟議書)’를 유관 부서와 상급자들에게 순차적으로 돌려 결재를 받는 방식이다. 참고로 ‘린기쇼(稟議書)’는 한국에서는 ‘품의서(稟議書)’ 라고 하여 직장에서 어떤 안건이나 지출을 문서로 작성하여 결재권자의 승인을 구하는 절차를 가리킨다. 일본 린기의 가장 큰 특징은 결정을 힘의 논리로 위에서 아래로 내리누르는 Top-down방식에만 의존하지 않고, 현장의 실무자가 문제를 발굴하여 위로 올리는 Bottom-up방식이 활성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또한 린기쇼가 여러 사람의 결재를 거친다는 것은 단순한 도장 수집을 의미하지 않는다. 하나의 안건을 두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각자의 시각으로 검토하는 더블 체크의 과정이다. 생산 담당자는 실제로 제조가 가능한지를 살피고, 회계 담당자는 비용과 예산이 적정한지를 확인하며, 안전 담당자는 새로운 위험 요인이 없는지를 검토한다. 여기에 현장 관리자까지 가세하여 작업자에게 지나친 과부하가 걸리지 않는지도 점검한다. 이처럼 한 사람이 모든 분야를 다 알 수는 없기에,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전문가들이 각자의 눈으로 동일한 안건을 정밀하게 검토함으로써 결정의 빈틈을 메우는 것이다. 야간 근무 간호사의 투약 프로세스 개선 사례를 예로 들어 이 과정의 흐름을 명확히 살펴보자. 한 간호사가 야간 투약 과정에서 혼선이 자주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가정하자. 그 때, 혼선이 생기는 기존 규칙을 단독적으로 바꾼다면 다른 부서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보통은 위계질서 안에서 먼저 동료 간호사들의 경험을 듣고 약제부와 전산팀을 찾아가 시스템 변경 가능성을 타진하는 사전 경청의 과정, 즉 네마와시를 거친다. 이후 문제의 원인과 개선 방안, 예산과 시범 운영 기간을 명확히 담은 문서를 작성하여 간호부와 약제부, 의료안전팀과 경영진의 검토 및 승인을 받는데 이것이 린기다. 승인 후 특정 병동에서 시범 운영을 진행하며 실제 투약 시간 단축 여부와 새로운 불편 사항을 수집하여 매뉴얼을 미세하게 수정하고 보완해 나가는 것이 바로 카이젠의 단계다. 이처럼 네마와시가 관계되는 사람들의 경험을 계획 안으로 모으고, 린기는 그 계획을 조직의 공식적인 책임으로 바꾸어 준다. 물론 린기 역시 결재 도장이 많아질수록 잘되면 모두의 공, 못되면 누구의 책임도 아닌 책임 분산의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 진정한 책임은 결재란에 도장을 찍는 행위가 아니라, 내가 승인한 결정의 결과를 끝까지 살피는 태도에서 나온다. 린기를 통해 결정이 완료된 후 작동하는 것이 바로 ‘카이젠(改善)’이다. 카이젠은 더 나은 방향으로 고쳐 나간다는 뜻으로, 처음부터 완벽한 계획을 요구하기보다 실행 과정에서 드러나는 오차를 정교하게 보완해 나가는 태도다. 카이젠의 본질은 거창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겸손함에 있다. 이미 완벽하다고 믿는 조직은 더 이상 개혁을 하거나 개선할 여지가 없다. 반면 자신의 판단에 빈틈이 있을 수 있음을 정직하게 인정하는 조직은 현장의 작은 이상 신호에도 귀를 기울인다. 우리의 영적 삶과 신앙 역시 이와 같다. 자신을 이미 완성된 존재로 포장하는 것이 신앙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날마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돌아보고 잘못된 방향을 발견했을 때는 즉시 돌아서는 거룩한 카이젠, 즉 회개가 필요하다. 단, 카이젠을 진행할 때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할 것인가”를 묻기에 앞서 “우리가 가고 있는 이 방향이 정말 옳은가”를 반드시 먼저 물어야 한다. 잘못된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다면, 그 길을 아무리 정교하게 정비하고 효율화한들 절벽으로 떨어지는 속도만 빠르게 만들 뿐이다. 구조적인 불공정과 잘못된 방향성을 그대로 둔 채 현장 사람들에게만 끊임없는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고문과 같다. 방법을 다듬기 전에 반드시 방향과 본질을 먼저 점검해야 한다. 물론 네마와시, 린기, 카이젠가 그 자체로 절대적인 정답이 아니라 하나의 제도적 도구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이를 운용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이다. 잠언 기자는 지략이 많으면 경영이 성립한다고 가르친다. 타인의 의견을 묻는 목적은 내 고집을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함이 아니다. 내가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발견하고, 오류를 수정하며, 혼자 감당할 수 없는 무게를 공동체와 나누어 짊어지기 위함이다. 예수님의 사역 역시 이러한 지혜를 잘 보여준다. 예수님은 사람들의 사정과 질문을 깊이 경청하셨고,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다가가셨다. 그러나 사람들의 눈치나 주변의 동의로 행동하지 않으셨다. 비난과 반대가 있더라도 하나님 아버지께서 명하신 것이라면 묵묵히 행하셨으며 그 결과 십자가의 길도 담대히 걸어가셨다. 네마와시라는 경청은 결단을 미루는 핑계가 아니라 결단이 사람을 상하게 하지 않도록 돕는 사랑의 준비다. 린기라는 공동책임은 개인의 책임을 은폐하는 장치가 아니라 서로의 부족함을 메우며 끝까지 함께 짊어지겠다는 약속이다. 카이젠이라는 개선은 자신을 몰아세우는 학대가 아니라 은혜 안에서 어제의 잘못을 오늘 반복하지 않으려는 작은 순종이다. 결국 좋은 인생이란 한 번도 틀리지 않는 완벽함이 아니다. 하나님과 이웃 앞에서 자신이 틀릴 수 있음을 정직히 인정하고,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잘못된 길임을 깨달으며 과감히 그리고 겸손히 돌아서는 삶이다.

오늘의 실천

하나님, 사람의 마음을 살피고 때와 판단을 분변 하는 지혜자의 마음을 허락하여 주소서. 내 생각과 계획을 무작정 밀어붙이기보다, 내 결정으로 인해 영향을 받을 이웃과 동료의 사정을 먼저 듣고 배려하는 네마와시의 따뜻한 경청을 배우게 하소서. 나의 주장을 공동체가 함께 검토하고 책임질 수 있는 지혜롭고 구체적인 대안으로 가꾸어 가는 린기의 성숙한 책임을 다하게 하소서. 내가 옳다고 확정하는 교만을 내려놓고 불완전함을 겸손히 인정하며, 어제의 오류를 오늘 말씀 앞에서 바로잡아 나가는 작고 성실한 카이젠의 순종이 삶에 누적되게 하소서. 무엇보다 효율과 속도에 마음을 빼앗겨 진짜 중요한 영적 방향과 본질을 놓치지 않게 하시고, 사람을 살리는 하나님의 때를 분별하여 담대히 순종하는 복된 하루가 되게 하소서.” 오늘은, 내 의견을 말하기 전에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듣고, 또한 다른 사람에게 미뤄 둔 책임이 있다면 그것이 작은 것일지라도 감당하며, 반복해 온 잘못을 찾아 고치려고 노력하는 하루가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