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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6일 묵상

오늘의 말씀

"“주 여호와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이가 이같이 말씀하시되 너희가 돌이켜 조용히 있어야 구원을 얻을 것이요 잠잠하고 신뢰하여야 힘을 얻을 것이거늘 너희가 원하지 아니하고” (이사야 30:15)"

오늘의 묵상

싱클레어 루이스의 소설 『우리의 미스터 렌(레인보우 퍼블릭 북스)』은 거대한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다. 주인공 렌은 천재나 위대한 사명을 품은 인물이 아니라, 작은 사무실에서 일하고 낡은 하숙집 방으로 돌아가며 마음속으로는 여행을 꿈꾸는 평범한 소시민이다. 그는 조용하고 소심하여 남들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지만, 그의 마음 밑바닥에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외로움과 넓은 세상에 대한 갈망이 숨어 있다. 인간은 누구나 반복되는 일상과 환경으로 인해 지금 서 있는 자리가 너무 작고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렌의 삶이 그랬다. 낮에는 회사라는 작은 울타리에 묶여 있었고, 밤에는 외로운 방으로 돌아와야 했다. 하지만 그의 영혼은 언제나 먼 세계를 향해 있었다. 저녁마다 싸구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며 위로를 얻고, 여행사 팸플릿과 지도 속 낯선 나라들을 상상하며 하루하루를 견뎠다. 그러던 어느 날, 렌은 뜻밖의 유산을 받게 되며 드디어 떠날 기회가 생긴다. 그동안 그리던 상상속의 세계가 현실이 된다.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화물선을 타고 유럽으로 향한다. 그에게 이 여행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었다. 지금까지의 무력한 자신을 벗어던지고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간절한 탈출이자 새로운 소망이었다. 그러나 갈망이 현실에 되었지만 마음의 외로움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낯선 곳은 설레는 만큼 고단했고, 새롭게 마주한 사람들은 매력적이었지만 차가웠다. 렌은 꿈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소심하였고 외로웠다. 그는 넓은 세상을 경험했지만, 사람은 어디로 도망치든 결국 자신의 마음속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영국에서 만난 ‘이스트라’라는 여인은 보헤미안 기질을 가진 인물로, 렌에게 예술과 자유, 낭만적인 세계의 지평을 열어준다. 렌의 마음에 잠들어 있던 상상력을 깨우고, 그동안 부끄러워서 꺼내지 못했던 꿈들을 상기시켜주었다. 하지만 외로운 렌에게 화려하고 변덕스러운 세계는 온전한 안식처가 되어주지 못했다. 사람에게는 날개를 펼칠 넓은 세계는 물론, 날개가 꺾였을 때 위로해 줄 수 있는 '한 사람'도 필요하다. 화려한 만남이 마음을 뒤 흔들 수는 있어도, 그 마음을 단단히 붙잡아주는 것은 결국 '신뢰'와 '평범한 일상'이다. 여행을 마치고 뉴욕으로 돌아온 렌이 만난 ‘넬리 크루벨’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넬리는 화려한 인물도, 세련된 예술가도 아니었다. 그저 성실히 일하고, 삶의 피로를 느끼며, 따뜻한 밥을 함께 먹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조용히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소박한 여인이었다. 렌에게 넬리는 잡을 수 없는 환상이 아니라 만질 수 있는 현실이었다. 그 현실에는 소박하지만 따뜻한 식탁이 있고, 서로를 믿어주는 눈빛이 존재했다. 렌은 넬리를 통해사람이 정말로 그리워하는 것은 끝없이 유랑하는 삶이 아니라 언제든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안식의 자리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나를 포장해야만 인정받는 세계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품어주는 사람 곁이 더 위로가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작품 후반부에서 렌은 오랜만에 교회로 발걸음을 옮긴다. 삶에 지친 영혼이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근원적인 따뜻함을 다시 조우하는 순간이다. 고요한 예배당, 곁에 함께 앉은 이웃들은 홀로 떠돌던 렌에게 “너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라는 위로를 준다. 마침내 렌은 자신의 마음을 정직하게 들여다본다. 내가 진정으로 누구를 사랑하고 있는지, 무엇을 붙잡아야 하는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스트라의 화려함과 넬리의 소박함 사이에서 흔들리던 렌은 사람은 때로 거대한 악을 저지르지 않더라도, 허영심 때문에 마음이 얼마나 쉽게 요동치는지, 그리고 나를 지탱해 주던 소중한 사람들을 얼마나 가볍게 지나치며 상처 주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하나님의 은혜는 인생의 모든 문제가 단번에 해결되는 기적으로 찾아오지 않는다. 오히려 외로운 영혼이 자신의 결핍을 정직하게 알아차리는 순간에 찾아온다. 타인이 베푼 사소한 친절에 얼어붙었던 마음이 녹고, 내가 소홀히 대했던 이들을 떠올리며 미안함을 느낄 때 찾아온다. 렌은 새로운 세상을 경험했지만, 그가 진정으로 발견한 것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었다. 그는 위대한 영웅이 되지는 않았지만 이전보다 자신에게 조금 더 정직한 사람이 되었고, 곁에 있는 사람을 더 깊이 사랑할 줄 알게 되었으며,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를 책임질 줄 아는 성숙한 인간이 되었다. 이사야 선지자는 우리에게 “너희가 돌이켜 조용히 있어야 구원을 얻을 것이요 잠잠하고 신뢰하여야 힘을 얻을 것”이라고 권면한다. 사람은 불안하고 삶이 만족스럽지 못할 때 자꾸만 지금의 자리와는 다른 자리로 달아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우리 영혼을 살리는 진정한 구원과 회복의 힘은 멀리 도망치는 데 있지 않고, 가던 길을 멈추고 하나님 앞으로 ‘돌아서는 것’에 있다. 내 곁에 이미 선물로 주어진 사람들을 다시 눈여겨보고, 내 마음의 숨은 허영을 정직하게 살피며, 오늘 내게 허락된 소박한 자리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 태도에 있다. 우리 역시 좁은 방, 반복되는 지루한 업무가 초라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은혜는 멀리 떠나야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다. 함께 둘러앉은 식탁에서, 눈을 맞추는 대화를 통해, 나에게 맡겨진 일들을 성실히 감당해 내는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하나님은 지극히 작고 평범한 일상의 자리에서 우리를 다시 숨 쉬게 하시고, 다시 사랑하게 하시며, 오늘을 살아낼 힘을 공급하신다. 특별한 장소나 극적인 사건을 통해서만 새로워지는 것이 아니다. 내 마음이 조용히 하나님을 향해 돌아서고, 내 곁의 평범한 이들을 다시 귀하게 여기며, 오늘 주어진 삶을 정직하게 받아들일 때 비로소 은혜의 깊이는 더해진다. 사람은 멀리 떠나야만 새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마음을 정직하게 마주할 때 비로소 새로워진다. 화려한 조건을 손에 쥐어야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이들과 함께 따뜻한 하루를 나눌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이미 가득한 은혜 위에 서 있는 것이다.

오늘의 실천

“하나님, 제 마음속에는 아직 저조차 온전히 마주하지 못한 외로움과 허황된 갈망이 숨어 있습니다. 더 넓은 곳으로 가고 특별한 일을 만나야만 삶이 새로워질 수 있다고 믿었기에, 정작 제 곁의 소중한 사람들과 제게 맡겨진 자리를 귀하게 여기지 못했습니다. 화려한 세계를 부러워하느라 가까이 숨겨두신 일상의 은혜들을 가볍게 지나치지 않게 하시고, 조용히 마음을 살피며 주님 앞에 정직하게 서게 하소서. 사람을 외적인 조건이나 화려함으로만 판단하지 않게 하소서. 멀리 있는 특별한 것들을 동경하느라, 가까운 곳에서 저를 위해 기도하고 제 이야기를 들어주는 소중한 이들을 소홀히 대하지 않게 하소서. 누군가의 평범한 수고와 조용한 친절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게 하시고, 소박함 속에서도 주님이 주시는 위로를 발견하게 하소서. 마음이 흔들리고 불안할 때마다 멀리 도망치려 하기보다, 먼저 주님 앞에 조용히 돌아서게 하소서. 제가 붙잡아야 할 사람, 책임져야 할 사명의 자리, 정직하게 직면해야 할 내면을 회피하지 않게 하소서. 멀리 있는 특별한 행복만을 좇던 시선을 거두고 가까이에 숨겨진 작은 은혜들을 다시 발견하게 하소서.” 오늘은, 지금의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서 돌이켜, 주변을 자세히 살피며 주님 안에서 잠잠히 평안을 누리는 은혜의 하루가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