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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22일 묵상

오늘의 말씀

"“온 율법은 네 이웃 사랑하기를 네 자신 같이 하라 하신 한 말씀에서 이루어졌나니” (갈라디아서 5:14)"

오늘의 묵상

앙리 베르그송은 『도덕과 종교의 두 원천(한글번역이 아닌 Kindle Edition 道徳と宗教の二つの源泉을 읽고 쓴 글)』의 1장 「도덕적 의무」에서 인간이 왜 마음속에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품고 살아가는지 묻는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공동체 안에서 규칙과 책임을 학습한다. 사실 약속을 지키고, 맡은 일을 감당하며,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일상의 수많은 도덕적 의무는 우리를 불편하게만 만드는 구속이 아니다. 이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규칙들로 인해 사회는 무너지지 않고 관계는 안전하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베르그송은 이러한 도덕적 의무의 대부분이 사회적 압력과 오랜 습관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우리는 매번 깊이 고뇌하여 선을 행하기보다 어릴 때부터 익혀온 습관을 따라 자연스럽게 행동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과 해야만 하는 일이 충돌하는 순간, 의무는 감당하기 힘든 무거운 짐으로 다가온다. 머리로는 사과해야 함을 알지만 자존심이 앞설 때, 용서해야 마땅하지만 상처가 깊을 때, 책임져야 하지만 도망치고 싶을 때 도덕은 단순한 규칙을 넘어 나 자신과 벌이는 치열한 싸움이 된다.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부담과 실망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두려움은 때로 우리를 소리 없이 고갈시킨다. 겉으로는 성실하게 책임을 다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나는 왜 이렇게 지쳤을까”라고 자문하게 되는 이유다. 의무의 목록은 가득하지만 의무로 인한 행위를 통한 기쁨과 온기가 메말라 버리는 순간, 삶은 버거운 버티기가 된다. 여기서 베르그송은 ‘닫힌 도덕’과 ‘열린 도덕’을 구별하여 설명한다. 닫힌 도덕이란 내가 속한 공동체(가족, 사회, 국가, 교회 등)를 결속하고 지키기 위한 도덕이다. 이는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내부의 사람들을 보호하는 안전한 울타리와 같다. 하지만 울타리가 너무 높아지면 바깥세상을 내다볼 수 없듯이, 닫힌 도덕은 울타리 안의 사람들을 지키고 결속하는 데는 강하지만 울타리 너머의 사람들에게는 차갑고 무관심해지기 쉽다. 내 집단, 내 공동체의 안위만을 우선시할 때 규칙은 완벽히 지킬지언정 정작 낯선 타인의 아픔을 알아보는 시선은 좁아지고 마음은 닫히게 된다. 그 대안으로 제시되는 ‘열린 도덕’은 사회로부터의 압박이나 강요가 아닌, 국경과 울타리를 넘어선 위대한 영혼들의 보편적인 사랑과 그들의 삶이 발하는 매력에서 나온다. 닫힌 도덕이 외부의 규칙에 묶여 “~해야 한다”라고 명령한다면, 열린 도덕은 내면의 울림을 통해 “나도 저 사람처럼 사랑하고 싶다”는 자발적인 열망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강요나 억압이 아닌 호소요 따뜻한 끌림이며, 의무감으로 마지못해서 하는 행동과 상대의 아픔에 진심으로 공감하여 움직이는 것의 차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똑같이 곁을 지키는 행동일지라도 그것이 단순히 책임감 때문인지, 아니면 상대를 향한 깊은 연민과 공감 때문인지에 따라 그 도덕적 에너지는 전혀 다른 차원을 맞이한다. 그렇다고 베르그송이 일상의 도덕적 의무나 규칙이 불필요하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 의무와 책임은 삶을 지탱하는 단단한 뼈대가 되어준다. 다만 뼈대만으로는 살아 움직일 수 없듯이, 의무의 압박 속에 가득 차 지친 마음에 다시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하는 것은 오직 사랑과 긍휼뿐이다. “사랑하기를 네 자신 같이 하라”는 성경 말씀은 모든 규칙과 의무가 가야 할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명확히 짚어준다. 의무가 우리 삶을 무너지지 않게 붙들어주는 최소한의 방어선이라면, 사랑은 그 굳어진 마음의 울타리를 깨고 우리를 다시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생명력이다. 오랫동안 “강해야 한다”, “참아야 한다”는 의무의 목소리에만 쫓겨 다녔다면, 오늘 잠시 숨을 고를 필요가 있다. 의무가 무겁게 느껴지고 마음이 지쳤다고 해서 내가 나쁜 사람이거나 사랑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단지 내면의 에너지가 고갈되어 따뜻한 사랑을 담아낼 여유가 잠시 사라졌을 뿐이다. 그러므로 스스로를 정죄하기보다 지친 마음을 조용히 돌보는 것부터 시작하자. 규칙은 나를 지켜주지만 사랑은 나를 온전하게 만든다. 내 편이 아닌 사람, 울타리 밖의 사람의 사정까지도 한 번 더 헤아려보는 작은 여유를 품을 때, 무거운 짐 같던 의무는 어느새 나를 살리고 타인을 살리는 열린 사랑의 행위로 피어날 것이다.

오늘의 실천

“하나님, 제가 해야 할 일들의 무게와 의무감에만 눌려 정작 소중한 사랑을 잃어버리지 않게 하소서. 맡겨진 책임을 피하지 않되, 그 책임 때문에 마음이 거칠어지거나 차가워지지 않게 하소서. 하루를 감당하되 억지와 두려움만으로 버티지 않게 하시고, 제 모든 행동 속에 사랑의 따뜻한 숨결이 다시 흐르게 하소서. 제가 내 사람들만 생각하는 좁은 울타리 안에 갇히지 않게 하소서. 가족과 공동체를 소중히 여기되, 울타리 너머에 있는 낯선 사람의 아픔과 연약한 이들의 마음도 외면하지 않는 넓은 시선을 허락하소서. 책임감을 가지고 규칙을 지키되, 의무라는 압박에 끌려다니지 않게 하시고, 사랑으로 사람을 먼저 살피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게 하소서.” 오늘은 “해야 한다”는 의무나 규칙의 무게에만 눌려 지치기보다, 그 의무 속에 따뜻한 사랑을 담아 내 편이 아닌 사람의 사정까지 한 번 더 헤아려보며 자발적인 섬김을 선택하고 행동하는 복된 하루가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