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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18일 묵상

오늘의 말씀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 (잠언 16:9)"

오늘의 묵상

앙리 베르그송은 『창조적 진화』 제3장 「생명의 의미 — 자연의 질서와 지성의 형식」에서 인간이 세상을 파악하는 핵심 도구인 ‘지성(知性)’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간은 복잡하고 광활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기보다, 자신의 지성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현실을 분류하고 계산하며 이름을 붙인다. 이러한 지성은 삶을 계획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하루를 책임 있게 살아가도록 돕는 고마운 선물이다. 지성이 있기에 우리는 엉킨 실타래를 풀듯 삶의 단면들을 정돈하고, 눈앞의 어둠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으며 안정감을 얻는다. 하지만 베르그송은 지성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줄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지성은 물건의 위치, 숫자의 크기, 원인과 결과, 계획과 순서 같은 기계적이고 고정된 법칙을 다루는 데는 탁월하다. 그러나 우리의 인생은 수학 공식이나 계산기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사람의 마음, 관계의 미묘한 움직임, 깊은 상처가 아물어가는 치유의 시간 등은 지성의 딱딱한 틀로 다 계량할 수 없는 생명 고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내 뜻과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고 정돈될 때만 ‘질서가 있다’고 믿고, 예측을 벗어난 장벽을 만나면 삶이 ‘무질서해졌다’며 불안해한다. 이에 대해 베르그송은 무질서란 질서가 완전히 결여된 상태가 아니라, 단지 ‘내가 기대한 질서가 아닌 다른 종류의 질서가 나타난 상태’일 뿐이라고 역설한다. 정리된 책상을 기대했는데 책들이 흩어져 있다면 어지럽다고 느끼지만, 그 흐트러짐 속에는 누군가 책을 읽고 사유하던 나름의 이유와 흐름이 존재한다. 내가 기대한 정돈의 규칙이 없을 뿐, 그 안에도 삶의 또 다른 질서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인생길도 이와 다르지 않다. 내가 원하는 길이 일시적으로 막혔다고 해서 걸어갈 수 있는 길이 전부 사라진 것은 아니며, 정해둔 계획표가 무산되었다고 해서 인생 전체가 실패한 것도 아니다. 단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의 질서가 잠시 가려졌기에, 그 보이지 않는 거대한 흐름을 혼란으로 느끼는 것일 수 있다. 물론 삶의 고통이나 상처를‘다 뜻이 있다’며 성급하게 미화하는 것은 특별히 경계해야 한다. 아픔은 실제로 아프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내 머리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시간을 완전히 무의미하다고 단정할 필요도 없다. 돌아서 가는 길처럼 보였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는 나를 더 깊고 넓게 만들어준 고마운 길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때가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예측 가능한 질서가 있는 반면, 나무가 자라고 마음이 성숙하듯 천천히 이루어지는 ‘생명의 질서’도 존재한다. 상처 입은 마음은 시계바늘처럼 정해진 시간에 맞춰 자동으로 치유되지 않는다. 누군가는 금방 일어나지만, 누군가는 오랜 시간 울어야만 한다. “이만큼 시간이 지났으니 괜찮아져야 한다”는 지성의 다그침을 내려놓고, 마음에 마음만의 계절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겉으로는 아무런 변화가 없어 보이는 정체의 시간 동안, 마음은 무너지지 않기 위해 보이지 않는 토양 속으로 조용히 인내의 뿌리를 내리는 중일 수 있다. 물론 우리는 계획해야 하지만, 계획이 전부라고 믿어서도 안 된다. 사고해야 하지만, 사고가 모든 시작과 끝을 다 해결해 준다고 믿어서도 안 된다. 질서를 중시해야 하지만, 내가 세운 질서만이 삶의 전부라고 여겨서도 안 된다. 지성은 우리에게 길을 묻는 힘을 주지만, 삶의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는 지성이 닿지 않는 자리의 은혜와 위로가 우리를 붙든다. 말로는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평안, 여전히 문제가 산적해 있음에도 오늘 하루를 버텨내게 하는 신비로운 힘은 계산으로 만들어낼 수 없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분이 계시다는 오랜 지혜는, 우리의 노력을 무시하라는 뜻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삶을 성실히 준비하되 내 계획 너머의 거대한 인도하심을 겸손히 인정하라는 초대다. 우리는 뜻하지 않게 돌아가는 길을 만날 수 있지만 그 길에서 우리는 더 낮아지고, 더 넓어지고, 더 깊어질 수 있다. 그래서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것을 즉시 설명하려는 조급함을 내려놓고, 흩어진 조각처럼 보이는 지금의 혼란 속에서도 은혜의 무늬가 조용히 자라고 있음을 신뢰하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을 우리가 다 이해하지 못해도, 다 설명하지 못해도, 다 정리하지 못해도 괜찮다. 지성에 의지하여 성실히 생각하여 최선을 다하고, 그 너머의 결과와 시간은 조용히 맡기자.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질서 속에서도 생명은 자라고, 은혜는 흐르며, 우리의 걸음은 조금씩 다음 자리로 인도될 수 있다.

오늘의 실천

“하나님, 제 생각과 제가 세운 계획만으로 삶 전체를 판단하지 않게 하소서. 제가 기대한 규칙과 질서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지금의 시간을 실패나 무질서로 단정짓지 않게 하시고, 제 눈에는 흩어진 조각처럼 보이는 이 순간에도 주님이 조용히 빚어 가시는 깊은 흐름이 있음을 신뢰하게 하소서. 성실히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를 주시되, 모든 상황을 제 뜻대로 통제하려는 조급함은 내려놓게 하소서.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기다림의 시간 속에서도 내면이 무너지지 않게 하시고, 예상과 다른 길을 걸을 때에도 그 길에 숨겨진 삶의 비밀을 배우게 하소서. 답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자리일지라도, 오늘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놓치지 않게 하소서. 제 마음이 정리되지 않았다고 해서 저 자신을 다그치거나 책망하지 않게 하소서. 어두운 땅속에서 씨앗이 숨죽여 자라듯, 제 안에서도 조용히 견디는 힘이 자라고 있음을 믿게 하소서. 때가 되면 이 모든 흩어진 시간들이 하나의 온전한 삶의 이야기로 이어질 것을 바라보며, 오늘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가게 하소서.” 오늘은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을 너무 빨리 실패라고 부르지 않고, 내 계획과 다른 장벽 속에서도 조용히 일하고 계시는 은혜의 질서를 신뢰하며, 머리로 생각할 것은 성실히 생각하되, 다 알 수 없는 내일의 시간은 겸손히 맡기고, 한 걸음을 앞으로 내딛는 복된 하루가 되기를 소망합니다.